마리 헐린 버티노의 장편소설 '외계인 자서전'은 40여 년간의 한 여성의 삶을 외계인의 시선으로 그려낸 독특한 작품입니다. 1977년 보이저 1호가 발사된 날 태어난 아디나 조르노라는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탐구합니다. SF적 설정과 현실적 감수성이 교차하는 이 소설은 단순한 장르소설을 넘어서는 문학적 깊이를 보여줍니다.

현재형 문장이 만드는 독특한 문장력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문장이 현재형으로 서술된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소설에서 사용하는 과거형 대신 현재형을 선택함으로써, 작가는 독자에게 완전히 다른 독서 경험을 선사합니다. 과거형 문장은 사건이 이미 완결되었음을 전제하며 독자가 그 진실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하지만, 현재형은 사건의 진위 자체를 불확실한 상태로 남겨둡니다.
마리 헐린 버티노는 단문 중심의 간결한 문체를 구사하면서도, 각 문장마다 깊은 서정성을 담아냅니다. 특히 접속사를 최소화하여 문장들이 파편적으로 진행되는 방식은 주인공의 고독하고 단절된 내면을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러한 문장 구조는 아디나의 삶이 에피소드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과 완벽하게 조응합니다. 세 줄짜리 짧은 에피소드부터 여러 페이지에 걸친 긴 장면까지,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적이면서도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모든 문장에 '도포되어 있는' 슬픔과 고독감입니다. 비평가 이동진의 표현처럼, 이 소설의 문장들은 마치 점자책을 손끝으로 읽는 것과 같은 촉각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독자는 눈으로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각 문장에 배어 있는 감정을 손끝으로 짚어가며 해독하게 됩니다. 이러한 문장력은 최근 읽은 소설 중 가장 뛰어난 감수성을 가진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 현재형 서술, 단문 중심의 구조, 접속사 생략, 그리고 파편적 에피소드 배치라는 형식적 특징들이 모두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완벽한 도구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외계인이라는 정체성과 인간의 고독감
아디나 조르노는 스스로를 외계인이라고 믿으며 살아갑니다. 어린 시절 쓰레기장에서 주워온 팩스 밀리를 통해 귀뚜라미 쌀 행성의 상관들과 교신하며, 인간의 감정을 보고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확신합니다. 이 설정은 단순한 SF적 상상력을 넘어, 현대인이 겪는 존재론적 고독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필라델피아 북동부의 연립 주택 지역에서 성장한 아디나는 어려서부터 '남들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미혼모인 엄마 테레지는 요양원에서 힘겹게 일하며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아버지는 결혼식도 치르지 않고 사라집니다. 뷰티랜드라는 저렴한 잡화상에서조차 물건을 선뜻 사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아디나의 고독감은 점점 깊어집니다. 추운 날 수영장에서 엄마를 기다리며 홀로 남겨진 장면은 이러한 방치감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사용자의 비평처럼, 이 소설은 '지구 및 인간을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며 외계 행성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던 주인공이 지구 및 인간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되는 여정'을 다룹니다. 아디나는 처음에는 자신이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고독의 증거로 여깁니다. 청각 민감증으로 타인의 소리를 견디지 못하는 것도 자신이 인간과 다르다는 증거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후반부에 이것이 의학 용어로 정의된 증상임을 알게 되면서, '이렇게 느끼는 사람이 나 말고도 또 있다'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이는 그녀가 점차 인간성을 발견해가는 과정의 상징적 장면입니다. 외계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인간으로서의 경험이 교차하며, 아디나는 자신이 100% 외계인이면서 동시에 100% 인간이라는 역설적 진실을 깨닫게 됩니다.
SF소설 형식 속 보편적 인간 드라마
'외계인 자서전'은 SF소설의 형식을 빌렸지만, 그 본질은 깊이 있는 인간 드라마입니다. 소설은 성운, 항성, 블랙홀 등 별의 생애를 따라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아디나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우주사적 사건과 교차시킵니다. 1977년 보이저 1호가 발사된 날 태어난 아디나의 40여 년 삶은, 인류가 외계를 탐사해온 역사와 병치되며 특별한 의미를 획득합니다.
소설 속에서 아디나는 네 번의 중요한 고백을 합니다. 엄마 테레지, 친구 토니(앙투아네트 마리아), 토니의 오빠 도미닉, 그리고 뉴욕에서 만난 미겔에게 자신이 외계인이라는 비밀을 털어놓습니다. 각각의 고백에 대한 반응은 다르며, 이는 독자들에게도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아디나는 진짜 외계인일까, 아니면 현실의 고통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낸 망상일까? 소설은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커트 보네거트의 '제5도살장'이나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와 비교되는 이 작품은, 그러나 완전히 독창적인 영역을 개척합니다.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오'와 유사한 주제의식을 공유하면서도, 훨씬 더 복잡하고 깊이 있는 감정의 층위를 보여줍니다. 사용자의 비평처럼 '아픔과 상처를 희망으로 바꾸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우리는 어떤 태도로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라는 무난하고 보편적인 주제가 외계인이라는 개성적이고 낯선 설정을 통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귀뚜라미 쌀 행성이라는 지구어로 번역 불가능한 고향, 세 음절로 이루어진 발음할 수 없는 본명, 팩스 밀리를 통한 교신 등 SF적 장치들은 모두 인간 존재의 근본적 고독과 소통의 불가능성을 은유합니다. 삶에서 대단해 보였던 것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흘러가고, 직접 살아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세세하고 본질적인 부분들이 있다는 진실을 이 소설은 탁월하게 포착합니다.
마리 헐린 버티노의 '외계인 자서전'은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어려움과 아름다움이 역설적으로 공존하는 작품입니다. 지구에 도착한 외계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의 삶은, 결국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보편적 고독과 연결의 이야기입니다. 사용자가 언급했듯이 주인공의 아픔, 상처, 외로움을 마주하며 독자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이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소설은 2024년 한국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YXHXTui-L4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