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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공쿠르상 수상작, 이탈리아 역사소설, 예술가 성장기)

by 겨리코코 2026. 2. 6.

프랑스 작가 장 바티스트 앙드레아의 소설 '그녀를 지키다'는 2022년 공쿠르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1904년부터 1986년까지 약 80여 년의 세월을 아우르는 장대한 서사시입니다. 외소증을 앓는 가난한 조각가 미모와 귀족 가문의 딸 비올라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20세기 이탈리아의 격동의 역사가 600페이지에 걸쳐 펼쳐지는 이 소설은 단순한 러브스토리를 넘어 예술, 전쟁, 정치, 그리고 인간의 운명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그녀를 지키다 (공쿠르상 수상작, 이탈리아 역사소설, 예술가 성장기)

공쿠르상 수상작이 보여주는 문학적 성취

'그녀를 지키다'는 재작년 공쿠르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서사 구조에 있습니다. 소설은 1986년 사크라 수도원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82세 노인 미모의 마지막 순간으로 시작됩니다. 40여 년간 수도원에 은거했던 이 남자가 죽음의 문턱에서 갑자기 눈을 뜨고 무언가를 말하려 하는 장면은 독자의 호기심을 강렬하게 자극합니다.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키는 구성 방식은 매우 효과적입니다. 짧은 현재 파트와 긴 과거 파트가 번갈아 등장하며, 각 챕터의 마지막은 다음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운명론적 문장으로 마무리됩니다. 이러한 연결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페이지를 넘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탁월한 스토리텔링 기법입니다. 특히 "물론 나는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하고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두 번째 챕터는 1인칭 회상의 시작을 알리며 본격적인 이야기의 문을 엽니다.


장 바티스트 앙드레아의 문장은 서정적이면서도 날카롭습니다. 무척이나 우아한 문체 속에서도 예민한 감각이 살아 숨쉬며, 이는 원래 영화 감독으로 활동했던 그의 시각적 감수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46세에 소설가로 전향한 그는 '더 로드'나 '빅 나잇' 같은 스릴러 영화를 만들던 감독이었지만, 소설가로서의 성취는 영화 감독 시절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이창동 감독이 소설가에서 영화감독으로 전환한 것과 정반대의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문장의 밀도와 이야기의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되는 것은 작가의 뛰어난 역량을 증명합니다.


사용자 비평에서 지적한 대로 이 책은 역사, 종교, 정치 등의 배경지식 없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진입 장벽은 오히려 작품의 깊이를 더하는 요소가 됩니다. 초반부 12살 미모가 프랑스를 떠나 이탈리아로 가는 여정이나 삼촌 알베르토 밑에서 석공 일을 시작하는 부분에서 일부 독자들이 어려움을 느낄 수 있지만, 비올라를 만나는 순간부터는 몰입도가 급격히 높아집니다. 이는 마치 클래식 음악을 처음 듣는 청중이 서주를 지나 본격적인 주제가 등장할 때 비로소 음악에 빠져드는 것과 같습니다.

이탈리아 역사소설로서의 가치와 시대상

'그녀를 지키다'는 단순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20세기 이탈리아의 역사를 생생하게 재현한 역사소설입니다. 1904년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제1차 세계대전을 거쳐 1920-30년대 무솔리니의 파시즘 시대,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집니다. 미모의 아버지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전사하면서 가족이 해체되고, 어린 미모가 혼자 이탈리아로 보내지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1920-30년대 이탈리아의 파시즘 시대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조각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시 이탈리아의 두 거대 권력, 즉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당과 가톨릭 교회로부터 수주를 받아야 했습니다. 미모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양쪽으로부터 일감을 받아 조각가로서의 명성을 쌓아갑니다. 반면 비올라는 확고한 정치적 신념을 가진 인물로, 파시즘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견지합니다. 이러한 두 인물의 대조는 단순히 개인의 성격 차이를 넘어 당시 이탈리아 지식인들이 직면했던 정치적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피에트로 달바라는 마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당시 이탈리아 사회의 계급 구조를 잘 보여줍니다. 오르시니 귀족 가문이 지배하는 이 가난한 마을에서, 하인처럼 취급받던 미모와 귀족 딸 비올라의 우정은 계급을 초월한 관계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냅니다. 16세 생일 파티에서 비올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충격받는 미모의 모습, 그리고 오르시니 가문의 아들 스테파노가 미모를 사람들 앞에서 채벌하는 장면은 당시 사회의 엄격한 계급 의식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소설은 또한 20세기 초 이탈리아 예술계의 모습도 담아냅니다. 미켈란젤로의 이름을 물려받은 주인공의 설정 자체가 이탈리아 르네상스 예술의 전통과 현대의 연결을 상징합니다. 실제로 1972년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이 정신질환자에 의해 망치로 테러당한 실제 사건을 소설에 삽입한 것은 허구와 역사를 교묘하게 직조하는 작가의 솜씨를 보여줍니다. 또한 자코메티나 브란쿠시 같은 20세기 조각가들에 대한 언급은 미모의 예술 세계가 당시 유럽 예술사의 흐름 속에 위치함을 암시합니다.


사용자가 지적한 대로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역사적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는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이 작품이 가벼운 엔터테인먼트를 넘어서는 문학적 깊이를 지녔음을 의미합니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 사이의 불안정한 시기, 파시즘의 대두와 몰락, 그리고 전후 재건의 시대를 살아간 이탈리아인들의 삶이 한 조각가의 생애를 통해 입체적으로 그려집니다. 이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개인의 삶과 어떻게 얽히고 개인의 선택이 어떻게 역사의 일부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진정한 의미의 역사소설입니다.

예술가 성장기이자 사랑 이야기

'그녀를 지키다'의 핵심은 미켈안젤로 비탈리아니, 즉 미모의 예술가로서의 성장 과정입니다. 조각가였던 아버지는 자신의 가난하고 고된 삶을 아들이 반복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어머니는 오히려 아이의 이름을 미켈란젤로로 지어 예언적 의미를 부여합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어머니가 우피치 미술관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을 보며 태기를 느껴 아들의 이름을 지었다는 일화와 유사한 이 설정은, 태어날 때부터 예술가로 운명 지어진 인물의 서사를 예고합니다.


그러나 미모의 재능은 순탄하게 개화되지 않습니다. 삼촌 알베르토 밑에서 거의 학대에 가까운 대우를 받으며 석공 일을 시작한 그는, 천부적인 조각 재능을 보일수록 더욱 삼촌의 질투와 착취에 시달립니다. 16세 생일을 맞은 비올라에게 선물하기 위해 삼촌의 고급 대리석을 몰래 사용해 곰 조각을 만드는 장면은 예술가의 창작 충동과 현실적 제약 사이의 갈등을 잘 보여줍니다. 이 곰 조각으로 인해 오르시니 가문에 초대받지만, 그날 밤 비올라의 추락 사고 이후 피렌체로 강제 이송되는 것은 재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계급의 벽을 상징합니다.


피렌체에서 8년 동안 비올라와 떨어져 지내는 동안 미모는 조각가로서 성공 가도를 달립니다. 작품이 인정받고 돈을 벌기 시작하지만, 그의 삶은 술과 향락에 빠져 위태롭게 흘러갑니다. 이는 예술적 성공이 반드시 정신적 충만함을 의미하지 않음을, 그리고 진정한 예술가의 완성에는 기술과 명성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함을 암시합니다. 1928년 6월 21일, 10년 전 약속한 날짜가 3일 남았음을 깨닫고 무덤가로 달려가는 장면은 이 소설의 핵심 모티프 중 하나입니다. 과연 비올라도 그 약속을 기억하고 나왔을까 하는 절묘한 클리프행어는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미모와 비올라의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섭니다. 12세에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없는 것을 채워주는 존재였습니다. 가난하고 외소증으로 인해 성장이 멈춘 미모에게 비올라는 자유롭고 지적이며 세상 모든 것을 탐구하는 놀라운 존재였습니다. 죽은 자들과 대화하기 위해 무덤에 누워있기를 좋아하고,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날고 싶어 하며, 시간 여행을 믿는 비올라는 20세기 초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자유를 갈구하는 인물입니다. 반면 비올라에게 미모는 자신의 꿈을 이해하고 함께 실현하려는 유일한 동지였습니다. 14세에 서로의 꿈을 돕겠다고 맹세하는 장면은 이 소설의 감정적 중심축입니다.


제목 '그녀를 지키다'의 의미는 중의적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비올라를 지키려는 미모의 평생에 걸친 노력을 의미하지만, 더 깊은 차원에서는 미모가 최후에 만드는 피에타상 속 여성상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비올라는 지켜져야 할 연약한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10대 시절 비올라가 미모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고 용기를 준 것이지, 미모가 비올라를 보호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용자 비평에서 언급했듯이 "계급이 높고 좋은 환경과 높은 교육수준으로 똑똑하고 열정이 넘치는 여자"인 비올라는 누군가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Btv%EC%9D%B4%EB%8F%99%EC%A7%84%EC%9D%98%ED%8C%8C%EC%9D%B4%EC%95%84%ED%82%A4%EC%95%84/videos